오세진-태상호 기자의 전술이야기
[컬럼] 태양의 후예는 없다!
- 유시진 대위, 서대영 상사는 많지만 윤길중 사령관은 없는 한국의 특수전 부대
- 엘리트 군인은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군
- 말로만 특수부대 양성을 외치는 국방부
태양의 후예라는 군 관련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군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력 있고 소신 있는 유시진 대위, 천생의 군인이며 특수부대의 피가 온몸에 흐르는 의리파 서대영 상사, 투박하지만 부하를 아끼고 부대를 사랑하여 외압에 굴하지 않는 윤길중 사령관...."
하지만 드라마에서의 이런 멋진 모습과는 달리 군은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군납비리, 특전사 비인가 장비 문제, 특수부대원들의 보험사기 연루 등... " 그다지 멋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애써 평가 절하해 왔지만, 계속 핵과 비대칭 전력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단순한 허세만은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까지 온 요즈음, 미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는 연일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 불개입"을 천명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안보 현주소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계속되는 군납비리에는 업체와 관련기관, 그리고 전, 현직군인들이 항상 연루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검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하였지만 군납비리 근절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보이도록 그 뿌리가 깊어, 얼마 전 국방장관이 청문회에서 언급한 대로 ‘생계형 비리’가 아닌 ‘생활형 비리’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의 비대칭 전력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양성해야 하는 특수전 전력도 겉모습과 달리 많은 문제가 있다.
얼마 전 특전사의 이른바 ‘비인가 장비’ 불허문제와 30년간 전혀 개량이 없이 똑같은 소총을 사용하고 있는 문제는 언론에서도 지적 되었지만 특전사는 물론 육군본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특전사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덮어버리기 위해 감찰과 헌병을 동원하여 대원들의 개인의견을 SNS 등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사에 대해 "좋아요" 버튼 클릭이나 공유조차 금지하는 식의, 21세기 군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대응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특수전 사령부 관계자가 각 여단을 순회하며 "현재 장비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차후 일괄 구매하여 보급할 것"이라는 강연을 하고 다니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문제해결 방식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의 특수전 전력은 창설 이래 항상 질이 아니라 양적팽창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 었다는 점에 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북한군의 전력에 비례하여 특수전력을 발전시켜 왔고, 잘 갖춰진 시스템이나 실전경험을 토대로 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양적팽창을 거듭해 온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대칭 전력이 문제가 될 때마다 우리도 유사한 부대를 신설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자리도 만들어 졌지만, 그 "특수부대"의 "특수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창설 후에 새로운 지휘관이 부임하면 그 부대는 말만 특수부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애써 고르고 골라 선발한 최고수준의 병력들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해 쉽게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세계최고의 특수부대, 불가능은 없는 부대에 지원을 했건만 그들에게 돌아 오는 건 열악한 부대환경과 지원, 그리고 지휘관의 이해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뿐이다.
다시말해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는 많으나 윤길중 사령관이 없는 것이다.
▲ 태양의 후예, 청와대 명령 불복종"책임지겠다" 특전사령관 윤길중 사령관(강신일) TV 캡쳐화면 ⓒ KBS
이미 많은 국내외 특수전 전문가와 군 내부에서도 특수전 병과를 신설하고 입체적인 특수작전을 위해 통합 특수전 사령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직 ‘Big Army’만을 중요시하는 군 수뇌부와 정책 결정자들에 의해 이 조언은 번번히 묵살되었다.
현재 한국 특수전 부대는 크게 육군 특전사, 해군 특수전 전단, 그리고 각군에 흩어져 있는 수색․정찰대 병력 등이지만 특수전 병과도 없고 통합 특수전 사령부도 없어 이 부대들에 대한 지원이나 발전이 순조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수부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육군 특전사 역시 순수 특전사 출신 장교가 진급 할 수 있는 한계는 준장이 거의 마지막으로, 그 이상은 특전사 출신 장교들에게는 올라가지 못하는 금단의 계급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에 반해 미군은 90년도에 특수전 병과를 설치하여 전쟁의 양상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현대전에 대비했고, 지금 그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어느 군 고위층 관계자는 특전사는 진급하기 어렵고 근무가 힘들어 실제로 장교들이 부임을 기피하는 부대 중에 하나이고, 특전사 장교들은 "힘세고 억척스럽지만 명석하지 않다" 라는 선입견이 있으며 실제로 소장으로 진급시키려고 해도 자격이 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즉, 가장 엘리트가 가야 할 최고의 특수부대에 정작 장래가 촉망되는 엘리트 장교들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군 내부의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우수한 자원들이 특수부대를 기피하도록 만든 것이다.
특수부대에 대한 "이해와 시스템 부재"는 결국 실전적인 훈련부족과 기본적인 특수부대의 소양 부족으로 나타나며, 이는 부대 전투력에 바로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특전사를 전역한 예비역 부사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나마 2014년 실전적인 훈련으로 훈련체계가 잠시 바뀌었다가 2015년 사령관이 바뀌면서 바로 전투부대 아닌 안전부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부대훈련이 쉽게 바뀌면 부대생활이 편해지지 않느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한결같이 "애초에 편한 군 생활을 원했더라면 특전사에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발전 하는 것을 우리와 비교해 보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한미 연합군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북한군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특작부대를 이용한 국지 도발이며, 거의 매년 북한군은 특작부대를 이용한 도발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북한군 핵심 수뇌부의 대부분은 특작부대 지휘관 경력이 있는 장군들로, 일선 지휘관 시절에 실제로 병력을 동원하여 도발을 지휘한 전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있어서 특작부대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부대 중 하나이며, 임무를 성공 시켰을 때 진급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최고의 자리 중 하나인 것이다.
당연히 지휘관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특수작전을 연구하고 병력들을 그에 맞게 담금질을 할 것이며, 장교와 병사들 역시 이런 지휘관과 함께 자신들의 역할을 인지하고 숙달하게 된다. 북한군에게 있어서 특수부대에 근무 한다는 것은 자신들은 당과 인민들로부터 인정받은 엘리트라는 증표이며, 당연히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수부대는 전문가 집단이고. 특히 부대의 방향과 작전을 이끌 장교들은 전문가 중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북의 엘리트 특작부대 지휘관과 맞서기 위해선 한국도 엘리트 특수작전 지휘관이 있어야 하며 , 그들에게는 누구보다도 특수작전에 대한 전문화 된 능력이 요구된다.
한국군 특수부대의 문제는 "특수부대 참모로 가기 싫어 자해를 하는 장교", "자신의 부대 장비 리스트 보다 골프채의 스펙을 더 잘 아는 장교", "특수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는 지휘관"이 없어져야 해결 될 수 있다.
한 군관계자는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런 농담을 한다.
"한국군과 북한군 소장 계급 이상의 장군 중에 40명을 뽑아 골프 대결로 승자를 가려 승자가 원하는 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가 백전백승 할 것이라고.. "
오늘날 안보문제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특수전 전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군 지휘부는 지금이라도 특수전 부대의 시스템을 다시 정립하고 양적팽창이 아닌 질적향상을 고민해야 하며, 북의 특작부대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진정한 특수부대로 거듭나야 한다.
어느 미국 대선후보의 말대로 최악의 경우 미군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개입하지 않는다고 가정 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먼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 기사제보 ▶ 오세진 기자 : sejin@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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