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군인의 생명은 총이라고 말하며 총은 제 2의 목숨이라고 한다. 실전을 많이 겪은 군대일수록 총기의 관리나 평소 교육은 더욱 철저하다. 이스라엘이나 미군의 경우 사실상 소총을 쏠 기회가 적은 장성들 조차 소총이나 기관총을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우리군의 사정을 알아보자. 우리군은 방대한 규모의 군을 유지하고 있고 주적 북한에 대비한 정규전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총기보다는 미사일, 탱크, 전투기 같은 한방에 대량으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에 모든 우선 순위 주어진다. 하지만 총은 가장 기본적인 군인의 무기이며 특히 병사들의 경우 소총이나 개인화기가 그들의 목숨을 좌우한다. 그리고 장교들은 그들을 훈련 시키고 실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전술을 가르쳐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관학교와 각 기관을 통해 초급 장교로 임관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총기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교육은 그야말로 기본적은 총기분해조립과 사격법에 한정되어 있다. 장교들의 경우엔 여기에 추가로 권총 사격 교육을 받는다. 임관을 하고 계급이 소위에서 중위, 중위에서 대위로 올라감에 따라 사격의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든다. 특전사나 UDT와 같은 몇몇 특수부대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전군의 모든 병과에 이런 현상이 동일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위관에서 영관으로 넘어가는 소령이 됨과 동시에 그나마 가끔 만져보던 소총도 지급되지 않는다. 즉 소령 이상이 되면 정말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일반 병과에선 소총을 만지거나 사격 할 기회가 전무 해진다.
소령 이상의 계급은 전투에서 관리로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병과와 상관없이 고급 장교의 기본 임무 중에 하나는 자신휘하의 병력들을 전투에서 살아남게 교육 시키는 것이다. 자기 자신도 총기를 쏴본 적이 없는 장교가 어떻게 병력들에게 실전적인 전술사격을 교육 시키고 전투에서 살아남게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또한 필자가 가본 전쟁에서 본 미군 및 연합군 장교들은 소령은 물론 대령, 가끔 장군들까지 전투지 시찰을 나가거나 기지 밖으로 나갈 때는 소총이나 기관총으로 무장을 했고 일부 참전경험이 많은 대령들은 수류탄까지 넉넉히 챙겨갔으며 필자가 종군한 이라크 모술에 전개했던 1-9기병대의 한 대대장은 자신의 차량 대열이 공격을 받자 대대 주임 원사와 함께 소총을 사격하며 반격을 이끌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실탄은 영관장교라고 피해가지 않으며 영관장교가 갑자기 벌어진 전투 상황에 떨어지지 않는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전쟁이 없는 상황이라면 영관장교들이 굳이 소총을 휴대하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 시 영관장교들도 자신들의 소총이 있어야 하며 평소 자신들의 총으로 영점을 잡고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최근엔 광학조준경과 총기 악세사리가 지급되고 있다. 가늠쇠 가늠좌로 영점을 잡았다고 해도 광학조준경의 영점을 따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지휘관급의 장교들 역시 지급된 광학조준경의 영점 정도는 잡을줄 알아야 한다.
지휘관이 직접 총기교육이나 전술사격에 교관으로 참가하지 않겠지만 지휘관 자신이 총기안전, 총기, 실전적인 전술사격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부대에 병력들에게 효과이고 실전적인 전술사격을 전파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참모나 부사관 중에 전술사격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병력의 도움을 받아 총기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지휘관이 전파하는 것과 그 무게감은 틀릴 것이다.
혹자들은 요즘 세상에 누가 전쟁을 총으로 하냐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필자가 다녀온 모든 전쟁터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군인들의 무기는 총이었고 그 총으로 인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것을 목격했다. 미사일, 대포, 무인기, 전투기 등으로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 자체가 전투를 목격하지 않았거나 전쟁을 책상물림으로 생각한다는 반증이다. 적을 대량 살상 무기로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군인의 무기인 개인화기 조차 지휘관들이 잘 다루지 못하고 업수 여긴다면 어떻게 대량살상 무기를 잘 다룰 수 있을까? 작은 일도 못하면서 큰일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필자의 논지는 모든 소령, 중령, 대령들이 소총을 들고 산으로 들로 뛰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영관급 장교들이 얼마나 업무가 많은지도 잘 인지 하고 있다. 하지만 군인의 기본이자 생명 나아가 전쟁이 터지면 자신과 동료를 지켜줄 기본적인 소총과 권총에 대한 이해 및 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노출된 장교출신 군필인 정치인이나 현역 장성들의 엉성한 사격 자세가 도마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왜 장교 출신 군필인 정치인들과 현역 장성들의 사격 자세가 엉성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이들이 대위 이상 진급되면 소총을 제대로 다뤄 본 적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미군 장교, 장성들이 병사들과 동일한 사격훈련과 체력검증을 받는 사진들이 가끔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가 된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의 사격 자세나 총기조작은 같은 계급의 우리네 장교, 장성들과 많은 비교가 된다. 혹자들은 미군과 한국군과 같냐? 라는 말을 하겠지만 그들도 군인이고 우리도 군인이며 영관 장교 이상의 경우 미군의 업무량은 거의 살인적이기 때문에 영관 장교들이 사격할 시간이 어디 있냐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군의 권총사격 훈련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특수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대의 장교 권총사격 훈련은 현대적인 전술사격 훈련과 많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몇몇 장교들은 전쟁에서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스포츠 사격자세로 사격을 하고 탄착군 조차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권총이 휴대하기가 편해 직접적인 전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병과나 장교들에게 지급되는 것이지 다루기 편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총은 짧으면 짧을수록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충분한 훈련이 되지 않는다면 근거리에서도 명중률을 기대 하기 힘들다. 몇발을 얼마나 자주 사격 훈련을 하는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체계가 잡힌 훈련으로 훈련을 하고 훈련에 임하는 병력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자신이 지휘하는 병력들에게는 한발한발이 국민의 세금이라며 명중률을 강조하지만 자신은 사격을 거의 하지 않거나 체험식 사격을 통해 한발한발을 낭비한다면 세금을 축내는 것은 바로 자신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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